•    고스넉함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백담사와 단풍이 물든 절경을 가진 내설악이 이어지는 입구에 따뜻한 백담마을이 있습니다. 인제군 백담마을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마을자치로 소문이 자자한 마을입니다. ‘마을자치’로 성공한 노하우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용대2리 백담마을 정연배 이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인제군 용대2리 정연배 이장

       청정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백담마을은 주민 간의 관계가 화목하여 생기발랄한 마을 분위기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며, 백담마을 자치의 시작은 1996년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백담사를 찾는 관광객 유입의 증가로 마을에서는 백담사까지 운행하는 버스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로 인해 버스회사인 ‘용대향토기업’이 탄생하면서 마을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백담마을은 오래 전부터 관광마을이었기 때문에 여느 농촌마을에 비해 주민들의 소득이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관광마을로 유명해 마을 소득이 높으니 자연스럽게 이주민들이 증가하게 되어 마을사업을 할 때 추진력이 높았다고 합니다. 백담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사업들에 도전하며 사업 경험을 축적하였고,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도 다수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마을에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선진지 견학을 가기도 하고, 영농조합법인,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오늘도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담마을 경관 ⓒ농촌여행 웰촌



      백담마을에서는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민들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재료들은 사무장과 판매원, 가공장 등 10인의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황태와 마가목 가공 공장인 ‘맑은 터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다고 합니다. 황태 체험프로그램은 이미 관광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마가목 지팡이를 짚으면, 굽은 허리가 반듯하게 펴진다!’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마가목은 약재로써 으뜸이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마가목이 가장 많은 마을이 바로 백담마을 이라고 합니다.





      백담마을은 <2020년 엄지척 명품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단순히 표고버섯을 따는 것이 아닌 직접 표고 종균을 심는 작업부터 표고버섯을 따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마을자원을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컨텐츠를 주민들이 직접 발굴한 것입니다.



    △백담 마가목 축제모습 ⓒ인제 백담마을 홈페이지, 뉴시스



      정연배 이장님은 체험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하고, 주민이 행복한 마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마을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백담마을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일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과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무엇인 있을지 가장 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어르신들을 위한 활동으로 짚풀공예와 연극, 노래 등을 준비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이 모이는 활동은 제약이 많아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마을활동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 리더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장님은 마을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약간의 의무감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주민이 있으면 환경을 함께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종량제 봉투’를 나누어 주며,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방법의 문화를 주민들과 함께 한다고 합니다.





      백담마을에서는 전 주민이 조합원 또는 회원으로 마을기업이나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마을기업에는 60세 이상의 주민들의 참여 비율도 높다고 합니다. 이장님은 마을의 주인은 ‘시간적 개념으로 누가 오래 살았나’가 아닌 ‘공간적 개념으로 지금 우리와 누가 함께하는 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갓 이주한 이주민들도 원주민과 같이 조합원 또는 회원으로 인정하여 배당을 함께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권리를 줌으로써 이주민들이 마을 내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마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정연배 이장님은 마을사업을 하는데 있어 투명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마을자금 사용과 사업진행, 인간관계 모두에서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마을활동에 대한 신념을 전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을을 위한 결정을 할 때면, 몇 번이고 다시 고민하고 많은 주민들에게 조언을 얻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백담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무려 5명의 마을감사를 두어 마을 일을 할 때 더욱 신중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 개선해나가며, 마을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이 활성화됨에 따라 소득과 일자리가 증가하였고, 이러한 변화는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하지만 백담마을을 찾는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원주민과의 갈등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문제를 되짚어 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과 원주민 각각이 느끼는 소외감을 파악하게 되었고,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주민의 날’이라고 합니다. 주민의 날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더 이상 갈등이 커지지 않고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방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마을대청소, 어버이날 행사 모습 ⓒ인제 백담마을 홈페이지



      정연배 이장님은 마을자치의 대표적인 마을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을을 방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동체성이 활성화 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총회를 할 때 200~300명가량의 주민들이 모이고 마을 공동 청소를 할 때도 빠지는 주민들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령층이 나뉘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융화가 어려운 점도 다소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말하며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풀어나갈 의지를 보였습니다.

      서로가 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마을자치를 이루고 공동체성을 복원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 이장님이 내린 마을의 정의는 ‘마을은 가족이다’였습니다. 주민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고 비슷한 마을,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함에 있어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서로에 대한 인지부터 시작되고 교류를 통해 유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운영방식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에는 꽃마을만들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도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사례집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번 백담마을 방문은 마을 리더의 자세와 역할, 주민들의 참여,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와 실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센터는 백담마을의 활기찬 마을활동을 응원하며, 공동체성을 복원하고 마을 간 네트워크가 더욱 안정적으로 구축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백담마을! 주민자치! 마을자치! 성공적!